왼쪽부터 하이브 로고,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하이브 제공/박종민 기자"이 사건 핵심은 민희진이 뉴진스 빼가기를 계획하고 실행했다는 것입니다. 원고가 그 증거를 내면 피고는 그것을 반박하면 됩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고 당당하게 설명하면 됩니다. 하지만 그런 설명은 전혀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 이것이 시사하는 바는 명백합니다. 이러한 사실을 잘 참작해 주시기 바랍니다." (하이브 법률대리인)"원고든 피고든 (재판에서) 계속 반박하는 이유는 그 말씀을 안 드리면 피고가 인정한 것처럼 기사화하기 때문에 반박하는 겁니다. 이 사건 핵심은 피고의 뉴진스 빼가기고 (저희가) 한 번도 반박도 못 했다고 했는데 저희는 카카오톡 대화의 맥락과 취지가 그게(하이브 주장) 아니라고 서면으로 충분히 반박했습니다. 그 의미(하이브가 주장하는)가 아닙니다. 기자님들, 그렇지 않습니다."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법률대리인)
하이브와 산하 레이블 어도어의 수장이었던 민희진 전 대표 측이 '주주간계약'을 두고 한바탕 설전을 벌였다. 하이브는 민 대표가 지난해 3월부터 부모와 멤버들을 회유해 '뉴진스(NewJeans) 빼가기'를 시도했기에 주주간계약을 해지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했고, 어도어는 뉴진스가 어도어에 전속계약 해지 통보를 한 것이 민 전 대표와의 주주간계약 해지보다 뒤에 일어난 일이기에 시점상 맞지 않는다고 맞섰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1부(남인수 부장판사)는 12일 오후 하이브가 민 전 대표 등 2명을 상대로 제기한 주주간계약 해지 확인 소송 3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심문은 민 전 대표 등 3명이 하이브를 상대로 낸 풋옵션(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관련 주식매매대금 청구 소송과 병합해 이루어졌다.
풋옵션(put option)은 거래 당사자들이 미리 정한 가격(행사 가격)으로 만기일 또는 그 이전에 일정 자산을 팔 권리를 매매하는 계약이다. 풋옵션 매입자는 자산을 매도할 권리가 부여되는 대신, 풋옵션 매도자에게 그 대가인 프리미엄을 지급해야 한다. 풋옵션 매입자는 권리 행사를 하지 않을 권리도 있기 때문에, 유리할 때만 권리를 행사하고 불리하면 권리를 포기해도 된다.
주주간계약이 유효한지가 풋옵션 권리와 직결돼 있기에, 하이브와 민희진 측은 이를 두고 공방을 벌였다.
하이브 "민 전 대표, 뉴진스 빼가기 시도해 계약 위반…주주간계약 이미 해지"
지난해 11월 28일 그룹 뉴진스가 어도어 귀책으로 어도어와의 전속계약이 해지됐다고 통보하는 기자회견을 여는 모습. 왼쪽부터 해린, 다니엘, 민지, 하니, 혜인. 연합뉴스우선 하이브 측은 지난해 7월 8일 이루어진 주주간계약 해지는 적법하다는 입장을 폈다. 하이브 측은 "주주간계약 목적은 어도어의 성장과 발전이다. 어도어는 하이브에 손해 갈 수 있는 일체의 행위를 하지 않도록 돼 있다"라며 "어도어의 유일한 아티스트이자 수익원인 뉴진스 빼가기를 어떻게 계획했는지가 나타나 있다. 주주간계약 위반 행위가 확인됐기에, (하이브의) 계약 해지 통지는 적법하고, 주주간계약은 해지됐다. (민 전 대표의) 풋옵션도 효력이 없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2024년 한 해 어도어가 민 전 대표에게 지급한 급여가 27억 원이다. 피고는 거액의 급여를 받으면서 뒤로는 뉴진스 빼가기를 감행했다. 그러고 나서 자신들이 보유한 어도어 지분은 뉴진스가 어도어에 있었을 때를 전제로 278억 원에 사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도저히 수용할 수 없는 부당한 청구"라고 강조했다.
뉴진스 부모들이 하이브에 항의 메일을 보낸 것을 사건의 시작이라고 하는 것을 두고도, 하이브 측은 민 전 대표가 회사 부대표들을 시켜 부모님 명의의 항의메일을 대신 작성하게 했다고 주장했다. 전속계약서 중 해지 요건 조항을 붙여놓고 시작한 점, 수신인을 누구로 할지 정한 점, 민 전 대표가 즐겨 사용하는 '의아하다'라는 표현이 들어간 점도 지적했다.
하이브 측은 "'다니(엘) 엄마한테 보내라고 해' '혜인이 아버지 말투로 고쳐 '등 세세한 지시를 하는 부분을 발견했는데 어떻게 조사(어도어 감사)를 지시하지 않을 수 있나"라며 "저희가 행사한 콜옵션은 페널티 콜옵션이다. 계약 위반이 확인됐을 때 행사하는 것이다. 주주간계약 해지 사유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건 피고들의 희망 사항"이라고 말했다.
또한 지난해 5월 민 전 대표가 승소한 가처분에서도 재판부가 '하이브에 대한 배신행위가 있는 것은 분명하다'라고 한 점을 들어 "더 이상은 유지할 수 없다고 해서 7월 8일 주주간계약을 해지한 것"이라며 "기존에 드러나 있던 여러 가지 사정들이 주주간계약을 유지할 수 없는 약정상 해지 사유를 증명하고 있다. 저희는 더 이상 피고(민 전 대표)와 신뢰 관계를 유지할 수 없다"라고 부연했다.
민희진 "경영권 침탈→뉴진스 빼가기? 시점상 맞지 않아, 소설"
지난해 4월 25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을 당시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 모습. 박종민 기자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가 주주간계약 해지 사유를 자꾸 바꾼다고 주장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어도어의 하이브로부터의 독립, 어도어의 뉴진스 사유화를 바탕으로 경영권 침탈을 얘기하다가 갑자기 '뉴진스 빼가기'가 나온다"라고 운을 뗐다.
이어 "7월 8일 주주간계약 해지하고 8월에 하이브 지시받은 어도어 이사들이 이사회에서 민 전 대표 해임하고 그걸(기존 직위를) 돌려달라고 가처분까지 했지만 각하되고 그 과정을 거쳐 풋옵션 행사하고 퇴사한 것이 11월이다. 그런 와중에 뉴진스 멤버들은 그야말로 고아가 됐다. 어디서도 제대로 된 케어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민 전 대표 되돌려서 예전처럼 제대로 된 시스템을 해 달라고 했는데 (하이브가) 못 한다고 해서 나온 게 11월 말"이라고 그간의 과정을 나열했다.
민 전 대표 측은 "원고 쪽 주장은 이런 거다. 4월에 시정조치 이메일 보낸 게 (이렇게 하면 하이브가) 감사하고서 우리 괴롭힐 거야, 그럼 그때부터 기자회견 해서 반대해야지, 이러저러하면 나 해임할 거야, 멤버들도 끌고 나와야지 하는 걸 미리 계획했고 실행했다는 거다"라며 "소설"이라고 일갈했다. 하이브의 콜옵션은 효력 없고, 민 전 대표의 풋옵션 행사는 적법하다고도 덧붙였다.
"소설과도 같은 내용"이라는 표현은 이후에도 등장했다. 하이브 주장대로라면 민 전 대표가 △2019년 1월부터 쏘스뮤직이 사쿠라 등 다른 멤버들을 먼저 데뷔시킬 것 △뉴진스를 어도어로 독립시켜서 첫 번째 걸그룹으로 데뷔시키려고 했던 것 등 '미래의 일'을 미리 알고 있었다는 것이기에, "황당"하다는 게 민 전 대표 측 입장이다.
그러면서 "본인들(하이브)은 (주주간계약 해지 통보한) 7월 8일까지 (민 전 대표가 계약사항을) 위반했고, '뉴진스 빼가기'를 했다고 하지만 (시점상) 뒤의 일을 갖고 말하는 거다. 최소한 멤버들이 전속계약을 해지하겠다고 통보해야지 결론이 나는 건데, 그 행위는 (주주간계약 해지 통보 이후인) 작년 11월 말에 발생했다"라고 짚었다.
수집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적법한 증거인가' 두고도 공방
애초 이날 3차 심문에서는 하이브 측이 준비한 PPT를 발표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민 전 대표 측이 PPT에 담긴 카카오톡 내용은 위법하게 수집된 증거라며 반발했고, '증거 효력'의 논란이 있는 상태에서 공개 법정에서 그대로 노출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는 재판부의 판단에 따라 PPT 발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카카오톡 대화 내용의 증거 능력과 관련해서도 양측은 서로 '일관된' 입장을 폈다. 민 전 대표 측은 "(하이브는) 선행 가처분 사건에서 적법하게 증거로 채택됐다고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가처분 사건 특성상 증거 조사를 하지 않는다. 저희는 (하이브가 제출한 내용을) 증거로서 인정한 적 없고 적법하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카카오톡 대화 관련 동의서를 제출했다는 하이브 주장에 관해서 민 전 대표 측은 "동의서 제출된 건 2019년 빅히트 뮤직 소속일 때 얘기다. 자회사(어도어) 대표로서 받은 감사에까지 적용할 수 없다. 2024년 5월에 (기존에 했던) 동의를 철회하고 (수집한 자료를) 앞으로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하는 공문을 발송했음에도, 계속해서 (재판 등에) 이용하겠다는 건 부적절하다"라고 비판했다.
그러자 하이브 측은 "이 자료 확보에는 어떠한 위법도 없다. 열람한 건 업무용 컴퓨터고, 파일 추출 방법도 키워드 방식으로 위법의 의심이 있는 사항만 찾아서 파일을 확보한 거다. 이를 두고 위법하다고 하면 대한민국 어느 회사에서 직원의 위법 행위를 가늠할 수 있겠나"라며 "민사 소송에서는 증거 능력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저희가) 감청, 도청하거나 몰래 자료를 취득한 것도 아니다. 통신비밀보호법 위반 사항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민 전 대표 측이 법정에서 PPT 발표를 하고 기일이 끝나자마자 취재진에게 해당 자료를 배포하는 것은 통상적 변론이 아니라고 언급하자, 하이브 측은 즉각 반박했다.
하이브 측은 "누가 들으면 저희만 (자료를) 배포했고 피고들은 안 한 거 같은데, 사실 (지난해) 5월 17일, 10월, 올해 이 건과 상관없는 뉴진스-어도어 가처분 3번 다 피고 측에서 먼저 구술변론자료를 배포했다"라고 "저희는 그래도 뉴진스를 보호하기 위해서 블러(가림) 처리했는데 피고 측은 아무것도 안 하고 하이브 내부 직원들 이름까지 다 공개했다"라고 전했다.
재판부는 오는 9월 11일을 다음 기일로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