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토허제 '풍선효과' 역력…새 정부 첫 부동산 규제 나오나
서울 아파트값이 19주 연속 상승하며 오름폭까지 커진 가운데 강남 3구와 용산구를 넘어 성동·마포구와 동작·강동구 한강벨트를 따라 '불장'이 이어지자, 새 정부 들어 발표될 첫 부동산 대책에 이목이 집중된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 "초고가 아파트 가격상승 억제 중심에서 중산층·저소득층 위한 주택공급 중심의 주거 정책에 집중"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서울 공급이 쉽지 않은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면 일단 수요를 잠재울 규제책도 나올 가능성이 크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19주 연속 오른 서울 아파트 '불장'…전국 상승 전환한국부동산원의 이달 둘째 주(9일 기준)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을 보면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19%에서 0.26%로 오름폭을 키웠다. 부동산원은 "선호단지 위주로 매도 희망가격 상승하고, 상승 거래 체결되는 등 서울 전체 상승세가 지속"됐다고 분석했다.
서울 25개구별로 보면 강북에선 성동(0.47%)·마포(0.45%)·용산(0.43%)구와 종로(0.17%)·광진(0.17%)구가, 강남에선 송파(0.71%)·강남(0.51%)·강동(0.50%)·서초(0.45%)·동작(0.39%)구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마포와 성동, 광진, 강동, 동작구는 모두 지난 3월 강남·서초·송파 및 용산구 아파트가 모두 토허제로 지정(일부 재지정 및 확대) 될 때부터 '풍선효과' 가능성이 언급돼온 지역이다.
당시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주택가격 상승세가 더 심화되거나 다른 지역으로 추가 확산될 경우 현재 강남 3구와 용산구에 지정된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규제를 확대 지정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규제 지역이 확대될 경우 서울만큼 급등 중인 경기 성남 분당구(0.39%)와 과천시(0.35%)까지 영향권에 들 공산이 크다.
그 외 대부분의 지역은 아직 상승률이 미미하거나 일부 하락한 지역도 있지만, 수도권 선호지역을 중심으로 소위 '상단이 열리면서' 전국 주간 아파트 매매가격도 전주(0.00%) 대비 상승 전환(0.03%)해 출발 준비를 마친 상태다.
상승 원인 복합적…어떤 대책 나올까이처럼 부동산 시장에 불이 붙은 원인은 복합적으로 분석된다. 우선 연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와 맞물려 오세훈 서울시장이 돌연 서울 잠실·삼성·대치·청담동 아파트 토허제를 해제했다가 시장이 급등하자 번복한 여파가 사그라들지 않았다는 관측이 크다. 시장에선 외려 "규제 중인 지금이 토허구역 진입 기회"라는 인식만 두터워진 측면이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재집권도 대표적인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과거 문재인 전 정부 시절 '부동산 광풍'이 재현될 것이라는 기대다. KB국민은행 월간 주택매매가격 시계열 통계에 따르면 서울 3.3㎡당 평균 아파트값은 문 전 정부가 출범한 2017년 5월 2321만 원에서 2022년 5월 5150만 원까지 2배 이상 급등한 바 있다. 부동산 정책 실패는 이후 정권 교체의 주요인 가운데 하나로 지목됐고, 이 대통령은 이번 21대 대선 기간 부동산 관련 언급을 가급적 삼가면서도 공급 확대와 규제 완화 방향을 제시하며 문 전 정부와 차별화를 시도했지만 시장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다음 달부터 시행되는 스트레스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3단계 규제를 앞두고 이른바 '막차 수요'가 몰리는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 지난해 2월 1단계를 시작으로 점진적으로 강화 중인 스트레스 DSR은 변동금리 대출을 받았다가 금리 상승으로 원리금 상환 부담이 커질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일정 수준의 가산금리를 부과해 DSR을 산정하는 가계부채 완화책이다. 단계가 높아질수록 받을 수 있는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총액이 줄기 떄문에, 지난해 7월 시행하려던 2단계 규제를 6월 말 돌연 두 달 연기한 뒤 일시적으로 수도권 '불장'이 펼쳐진 전력도 있다.
이에 더해 새 정부 들어 경기 진작을 위해 추진 중인 2차 추가경정예산안과 지난달 29일 한국은행의 추가 금리 인하로 시중 유동성 공급이 확대될 전망인 점도 '집값이 더 오를 수 있다'는 불안과 기대를 자극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기준금리를 2.5%로 인하한 직후 "유동성 공급이 기업 투자나 실질 경기 회복보다 자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부동산 가격 급등과 그에 따른 가계부채 증가 우려를 내비친 바 있다.
윤석열 정부 시기 고금리로 침체된 부동산 부양을 위해 마련한 생애최초 LTV(담보인정비율) 80%, 신생아특례대출, 주택가액 15억 원 초과 시에도 대출 허용 등 대대적인 유동성 공급책이 그대로 남아 있는 상황에서 정권교체와 금리인하가 맞물리면서 자칫 주택 버블을 막을 적기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공급 속도 방점…수요 누를 '규제 수위' 신중
일단 새 정부 출범 이후 국토부는 이 대통령 공약 중 하나였던 '주택공급 신속인허가 제도 도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대통령은 "신축수요에 방해되는 고분양가 문제 해소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인허가 기간을 단축해 사업비를 절감하고 절감한 사업비를 분양가 인하로 유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는데, 국토부는 이 대통령 취임 일주일만인 지난 10일 서울에서 '신속 인허가 지원센터' 설치를 위한 제1차 민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밖에 이 대통령은 "재개발·재건축 절차 및 용적률·건폐율 등 완화 추진"으로 서울 주택공급 기대감을 높였지만, '공공성 강화의 원칙'을 내건 만큼 공사비가 급등으로 악화한 서울 재개발·재건축 사업성을 개선할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 등의 대책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불붙은 부동산 시장을 잠재우려면 수요 측면을 누를 규제가 나올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윤 전 정부에서 풀어준 '주택가액 15억 이상 대출'을 다시 금지하고, 서울·경기 일부 지역까지 토허제를 확대 지정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이 경우 취임 초부터 규제 일변도 정책으로 '패닉 바잉'만 자극했던 문 전 정부 시기 부작용이 재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이 대통령 취임 후 첫 부동산 대책 마련을 앞두고 대통령실의 고민이 깊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앞서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은 부동산원 주간 통계 발표 다음 날인 지난 13일 오후 4시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토부 진현환 1차관을 포함해 기획재정부 1차관, 금융위 사무처장, 한국은행 부총재보,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서울시 행정2부시장을 불러 모아 부동산 시장 점검 회의를 열기로 했지만, 관련 내용이 언론 보도로 알려진 뒤 전격 취소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국토부 관계자는 "취소가 아닌 일정 조정으로 안다"며 "다음 주(19일) 나올 부동산원 통계에서도 주택 가격 상승 지표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조만간 회의가 다시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2025.06.14 0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