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서 참석자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이재명 대통령 취임 이후 코스피가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연고점 랠리를 펼치며 역사적 고점인 3300에 도전하는 모양새다. 시장이 코스피 3천 돌파를 낙관하는 가운데 이 대통령 공약인 5천을 달성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전날 한국거래소에서 주식시장 불공정 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를 열고 "시장의 불공정성, 불투명성을 해소하는 것이 제일 중요한 과제"라며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한 의지를 재확인했다.
이 대통령은 "조금 더 노력해 프리미엄까지는 못가더라도 최소한 정상화로 갈 수 있도록 하겠다"면서 "국민들께서 주식 투자를 통해 중간 배당을 받아 생활비도 할 수 있고, 부동산에 버금가는 대체 투자 수단으로 만들면 기업들의 자본 조달도 쉬워지고, 대한민국 경제 전체가 선순환되는 핵심축에 주식시장이 있다"고 강조했다.
앞서 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상법 개정과 자사주 소각 제도화 등을 통한 코스피 5천 시대를 공약했다. 또 이날 배당 성향과 연동한 배당소득세 분리과세 도입 등을 직접 거론하며 주식시장 활성화를 약속했다.
코스피 지수가 6거래일 연속 상승세를 선보이면서 장중 2900선을 돌파한 11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가 장중 2900선을 넘어선 건 2022년 1월18일(2902.79) 이후 3년5개월 만이다. 류영주 기자코스피는 이 같은 정책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이 대통령 취임 후 5거래일 연속 오름세를 기록했다.
전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23% 오른 2907.04로 마감하며 종가 기준 2022년 1월 14일(2921.92) 이후 3년 5개월 만에 2900을 돌파했다. 외국인은 이 대통령 취임 후 4조원 가까이 순매수하며 코스피 7.63% 상승을 이끌었다.
시장은 코스피 3천시대 재진입에 대한 기대를 키운다. 앞선 코스피 3천시대는 '동학개미운동'에 힘입어 2021년 1월 사상 처음 진입했고, 이듬해 1월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시장 과열과 고점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지표는 여유로운 편이다.
먼저 연율화한 거래대금을 시가총액으로 나눈 회전율이 9일 기준 2.6배다. 동학개미운동 정점 당시 3배가 넘었고, '이차전지 랠리'의 고점이던 2023년 7월 4.6배 등을 기록했다. 이처럼 '시장 과열'로 볼 수 있는 거래대금 회전율 3배를 아직 밑도는 수준이다.
또 시장의 유동성도 충분하다는 평가다. 주식시장 고객예탁금은 동학개미운동 이후 처음으로 60조원을 회복한 반면, '빚투(빚내서 투자)'를 뜻하는 신용잔고는 18조 6천억원으로 지난해 고점인 2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한화투자증권 김수연 연구원은 "주가가 여기서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해 보인다"면서 "미국의 관세 정책은 일부 품목 관세를 제외하면 합의가 진행 중이고, 5월말 한국은행 금리 인하로 유동성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이어 "현재 예탁금 대비 신용잔고 비율은 32%로 최근 5년 평균인 34%를 하회하고 있다"며 "시장에 돈은 많고 레버리지는 아직 쌓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가 최근의 상승세를 이어가며 역사적 고점인 2021년 6월 기록한 3316.08 고지 탈환에 도전할 것이란 관측도 있다.
KB증권은 내년 상반기까지 코스피가 3240까지 상승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은택 연구원은 "한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견조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와 달리 관세 리스크가 달러 약세를 유발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신정부의 내수 부양책과 자본시장 개혁 의지도 방어력을 높이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영등포구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주식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현장 간담회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다만 이 대통령이 공약한 코스피 5천 달성을 위해서는 '재정건전성'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지난달 미국의 국가 신용등급을 한 단계 강등한 이유도 재정건전성이다.
국제금융센터 집계를 보면, 글로벌 IB(투자은행)가 전망한 추가경정예산안 규모는 대체로 35조원이고, 이 가운데 씨티는 가장 큰 50조원으로 예측했다. 이 같은 추경으로 이재명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 나서면서 경제성장률이 최대 0.77%p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시티는 "세금 인상 없이 지출이 확대하면서 예상보다 큰 정부부채 증가와 소상공인을 위한 직접적인 부채탕감 정책에 따른 민간 금융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 등이 리스크"라고 진단했다.
바클레이스도 "시장이 재정건전성과 장기국채 매도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상황에서 명확한 조달 방법과 일몰 규정이 없는 무분별한 재정확장에 대해서는 우려가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따라서 재정 확대 정책이 성장과 재정건전성이라는 '균형'이 코스피 5천 시대의 문을 열 열쇠가 될 것으로 분석된다.
iM증권 박상현 연구원은 "코스피 5천 달성을 위해서는 일관성 있고 강력한 정책 추진과 제도 개선이 병행돼야 하고, 이를 통해 국내 금융업종 등을 중심으로 한 밸류업이 가시화돼야 할 것"이라며 "신정부가 AI(인공지능) 산업을 중심으로 한 공격적 투자를 공약하고 있어 이를 통한 산업 경쟁력 회복이 필요하고 새로운 성장 모멘텀을 찾은 방산과 조선 등에 대한 추가적 정책 지원도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연구원은 "글로벌 자금이 재정건전성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건전성과 재정 혹은 통화정책 간 균형을 맞추는 노력도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