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신당 이준석 제21대 대통령선거 후보가 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에 대한 소감을 말하고 있다. 박종민 기자개혁신당 이준석 의원은 6·3 대선에서 끝내 '득표율 10%'의 벽을 넘지 못했다. 찬탄(탄핵 찬성)파이자 유일한 40대였던 이 의원에게 '중·수·청'(중도·수도권·청년세대)이 더 마음을 주지 못한 원인은 뭘까.
TV토론 당시 충격을 안긴 이른바 '젓가락 발언'이 불러온 파급 효과도 있지만, 단일 변수만으로 설명되는 결과는 아니라는 게 정치권 안팎의 진단이다.
당초 지지율이 2~3%에 불과했던 제3정당 후보가 8.34%의 표를 얻은 것은 "역대 군소정당 후보 중 제일 높은 득표율"(김준일 시사평론가)이란 점에서 분명 성과다. 다만, 그만큼 뒷심을 발휘하지 못한 데 따른 지적도 날카롭다.
23일 국회에서 열린 '개혁신당 대선 평가 세미나'를 토대로,
창당 이후 처음 대선을 완주한 개혁신당의 '오답노트'를 정리해봤다.
①지지세 확장 발목 잡은 '비호감도'
"선거기간 동안 (추이를) 보면 우리 이준석 후보의 비호감도가 굉장히 높은 수치로 나타나고 있다. 앞으로 개혁신당이 보다 더 많은 국민들로부터 지지를 받으려면, '비호감도를 어떻게 낮추느냐', 이 점을 아주 심각하게 생각할 필요가 있지 않나 싶다." 개혁신당 상임고문을 지낸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쓴소리다.
앞서 김문수 전 국민의힘 후보가 대선에서 40%대 표를 얻기는 어려울 것이라 내다봤던 그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시) 후보에 대한 비호감도에서 비롯된 표가 이준석 후보한테 옮겨지지 않고 전부 김문수 후보에게 간 점 등을 냉철하게 분석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전 위원장의 예상과 달리, 김 전 후보는 41.15%나 득표했기 때문이다.
김준일 평론가도 비슷한 지점에 주목했다. 개혁신당의 주 지지층이 '스윙 보터'인 20·30세대란 점을 감안할 때 낮은 충성도는 불가피하지만,
연령·젠더별로 뜯어보면 이 의원만큼 지지 구도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후보가 없다는 것이다.
6·3대선 방송3사 출구조사 결과에 따르면, 20대 이하 남성 37.2%·30대 남성 25.8%가 이 의원을 뽑았다고 답했지만, 20대 이하 여성·30대 여성은 10.3%와 9.3%에 그쳤다.
김 평론가는 "지난 2022년 대선에서도 20대 남성은 65%가 윤석열을 찍었고, 20대 여성은 60% 이상이 이재명을 찍었는데 그게 지금도 비슷하게, (또는) 더 강화돼 나타난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혁신당 천하람 당대표 권한대행이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이대남(20대 남성)' 외 계층에게 소구하려는 노력 자체가 부족했다는 피드백도 나왔다. 하헌기 새로운소통연구소 소장은 "2030 유권자 중 남성만 추리면 670만 명 정도 된다. 개혁신당에서 다 가져와도 전국 선거에서 절대 이길 수 없는 수치"라며
"'학식먹자 캠페인'에서도 대부분 (이 의원이) 20~30대 남성들과 앉아서 얘기하고 있더라"고 짚었다.
또 "갈라치기, 혐오 등의 얘기를 들으면 억울한 부분이 있겠지만 같은 세대 내 여성 지지율이 이렇게 차이가 많이 난다면 개선방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하던 대로'만 했다"고 비판했다.
②'개혁신당=집권여당'에 찍힌 물음표
개혁신당이 '집권 정당으로서 국정을 운영할 만한 능력이 있는가'의 명제에 선뜻 답하기 어려웠다는 것도 마이너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의원과 평소 친분이 있는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초선·서울 도봉구갑)은
"젊은 정치인으로서 이준석 후보에게 느꼈던 가장 치명적 단점은 '세력의 부재'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를테면 이준석이 대통령이 됐을 때 누가 국정을 이끌어갈까 생각하면, '천하람·이주영, 그 다음은 또 누구지?' 등 국민들이 이준석 옆에 있는 사람에 대해 알지 못하고 알 방법도 없었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3년 내내 인사 논란과 '김건희 여사 리스크'가 따라다닌 윤석열 정부의 과오가 겹쳐보인다는 지적도 내놨다. 김 의원은 "(윤 전 대통령은) 정치적 세력이 부재했던 까닭에 검찰 관료들이 주요 인사로 들어가고 지인들이 관료로 들어가면서 많은 비판들이 있었다"며
"이준석이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 해도 그의 정치적 견해들을 지원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은 이 의원이 반드시 보완해야 될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준석'이란 브랜드를 최대한 살리면서도 '시스템'이 이를 뒷받침하는 전략을 썼어야 했는데,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다보니 약점이 더 부각되는 결과만 낳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③'국힘 대체재'로서 신뢰감 못 줘
개혁신당 이준석 의원과 천하람 의원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사당 중앙홀(로텐더홀)에서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에 참석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보수 유권자들 사이에서도 거세진 국민의힘 비토 여론이 개혁신당에 '기회'가 되지 못한 이유를 되돌아보자는 지적도 제기됐다.
보수논객 조갑제닷컴 조갑제 대표는 이 의원이 줄곧 '반(反)이재명'에 천착한 것을 두고 전략적 패착이라고 봤다.
오히려 김 전 후보를 타깃팅해 '국민의힘은 진짜 보수가 아니다'라는 데 주안점을 뒀어야 한다는 취지다.
조 대표는 "(이 의원이) 김문수를 비판해서 그 지지자들을 끌어 모았어야 했다"며 "이번 선거는 결국 진짜 보수가 누구인지의 헤게모니를 잡는 작업이었는데, 여기서 조금 실수한 게 아닌가 본다"고 주장했다. 계엄·탄핵에 미온적 입장을 밝힌 김 전 후보와 차별화를 꾀함으로써 합리적 중도를 더 포섭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한국일보 김지은 기자는 개혁신당이 대선 완주를 통해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지가 와닿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이 의원이 TV토론 당시 이재명 대통령 아들을 공격하고자 꺼낸
'언어 성폭력' 관련, "사과를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로 대체해 스스로 진정성을 깎아내렸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해당 발언도 문제지만, 사후 대처가 더 문제적이었다는 얘기다.
김 기자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 (참가자가) 그 라운드에서 보인 실력만 갖고 평가하지 않는다. 다음 라운드에서 달라질 것 같다는 잠재력을 확인했을 때 표를 주고 점수를 준다"며 "정치인과 정당도 마찬가지다. 그 부분이 보이지 않으면 유권자들에겐 끝장"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