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손을 들어올리고 있다. 윤창원 기자국민의힘이 16일 새로운 원내 사령탑으로 3선의 송언석 의원(62·경북 김천)을 선택했다.
원내 다수인 TK(대구·경북)에 기반을 둔 송 의원은 106표 중 각각 30표와 16표를 얻은 3선 김성원 의원과 4선 이헌승 의원을 가볍게 따돌리고
압도적 과반(60표)을 얻어 당선됐다.
송 의원에게는 6·3 대선 패배 여파로 인한 당의 내홍 수습과 더불어, 계엄 직후보다 추락한 당 지지율을 제고해야 하는 혁신의 과업이 주어지게 됐다. 107석의 '제1야당'을 대표해 대여(對與) 투쟁도 이끌어야 한다.
다만 범 친윤(친윤석열)계로 분류되는 송 의원이 구(舊) 주류인 직전 친윤 지도부를 겨냥한 '후보 교체 관련 당무감사' 및 '탄핵반대 당론 무효화' 등에 부정적이라는 점에서, 대대적 당 쇄신이 가능할지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선제적으로 띄운 '혁신위'…'김용태 쇄신안' 비토 취지?
물론 송 의원도 취임 일성으로는 '변화'와 '쇄신'에 방점을 찍었다. 그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우리는 이미 정권을 잃은 야당이고, 또 국회에서 절대 열세인 소수당"이라면서도 "실력과 전문성으로 정책 전문 정당으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특히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5대 당 쇄신안을 두고 "취지에 깊이 공감하고 있다"며
△조속한 전당대회 개최 △혁신위원회 구성 등을 카드로 제시했다.
이 중 '늦어도 9월 초' 전대를 열어 새로운 당 대표를 뽑자는 방향성 자체는 김 비대위원장이 먼저 제시한 타임라인이고, 앞선 의총에서도 의원들의 공감대가 대략적으로 모인 바 있다.
다만 혁신위는 원내대표 선거에 출마한 타 후보들과 달리, 송 의원이 선제적으로 언급한 공약이다. 송 의원은 선거 당일 정견 발표를 통해 "원내대표가 되면 (혁신위 등 관련) 의원 총의를 모으기 위해 의총을 열고 직접 논의의 장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또 당선 직후 기자들과 만나 "혁신안에 대해 여러 의견이 있고, 다른 두 후보도 혁신위 발족 필요성에는 동의하셨기 때문에 조속히 총의를 모으도록 하겠다"고 부연했다.
관심을 모았던 김 비대위원장 체제 연장 여부에 대해서는 "정확히 표현하면 김 위원장 임기는 스스로 말했듯 6월 30일까지다. (의총에서) 임기를 논의하는 것은 어색한 부분이 있다"며 "전대를 조기에 하자는 의원들 견해가 많았다. 특별한 반대가 없으면 그렇게 준비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필요시 전국위원회 의결을 통한 비대위 연장 여지를 남기긴 했으나,
김 위원장 임기가 예정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높다는 뉘앙스를 강하게 내비친 것이다.
송 의원은 선거에 앞서 김 위원장이 "새 원내대표가 5대 개혁안에 대한 당원 여론조사를 실시해주면 결과와 상관없이 사퇴하겠다"고 밝힌 것과 관련해선 "좋은 방법이다. 다만, 당원 투표를 통해 발생할 수 있는 또다른 갈등과 분열 등의 문제가 없는지 짚어봐야 한다"고 유보적 입장을 취했다.
당 상임고문단이 김 위원장의 개혁안을 두고 일부 '곤란하다'는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안다고도 했다. 따라서, 이같은 이견들이 종합적으로 혁신위에서 논의돼야 한다며 또다시 혁신위 출범을 기정사실화했다.
스스로 '개혁의 칼'을 빼들기보다는 제3의 얼굴에 기대겠다는 셈인데, 일각에서는 '혁신위' 거론 자체가 송 의원이 김 위원장 쇄신안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의중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혁신위 발족은 원래 원내 사안이 아니다. 원내대표가 당 권한대행을 수행할 때 가능한 영역"이라며 "김 위원장에게 빨리 나가라는 얘기로 읽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당직자는 "본인이 자신이 없으면 혁신위 같은 데 맡기는 시나리오도 가능하다.
(당 개혁은) 외부 사람들에게 맡겨서 이슈를 분산시키고, 원내는 '이재명정부 인사검증'에 집중하자는 뜻 아니겠나"라고 해석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신임 원내대표가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2025 국민의힘 원내대표 선출 의원총회에서 당선 소감을 말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여전한 '반탄 무효화' 입장…일각선 "도로 경북당" 우려도
실제로 송 의원은 김 위원장의 핵심 쇄신안인 '반탄 당론 철회' 관련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그는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관련 입장을 묻는 질의에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결과가 나오기 전에 우리 당에선 어떤 결과든 승복한다고 발표한 것으로 기억한다"며 "중간에 어떤 과정이 있었든 간에 최종적으로 헌법질서 안에 있었던 심판 결과에 승복하고 모든 것이 끝난 상태"라고 답했다.
지난 일을 거슬러 되짚고 무르는 것이 당의 쇄신과 어떤 상관관계가 있느냐는 취지다. 원내대표직 수락 연설에서
"과거로 퇴행적인 행위를 하는 것은 대단히 잘못된 생각이다. 미래만 보고 가야 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 초선 의원은 "이게 당의 현주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송 의원의 당선은) '김용태 쇄신안'에 대한 (당내) 거절의 의미가 제일 크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양향자 전 공동선대위원장은 페이스북에 "가장 비혁신적인 원내지도부를 선택하다니, 탄식이 절로 나온다"며
"이제 우리 당은 계엄의 늪으로, 다시 탄핵의 강으로, 도로 경북당으로 퇴행했다"고 적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