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수원지법 대북송금재판 관련 현안 입장발표 기자회견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16일 국민의힘이 차기 원내대표 선출에 나선다. 3선 김성원(경기 동두천·연천), 3선 송언석(경북 김천), 4선 이헌승(부산 부산진구을) 의원간 3파전 구도 속에서 '김용태 개혁안'을 누가 어떻게 이어갈지에 관심이 쏠린다.
6·3 조기대선 패배 이후 내홍이 깊어지는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당 혼란 수습의 첫 시험대이자, 당 쇄신의 방향타를 설정할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쇄신' 공감하지만…'김용태 안' 두고 미묘한 온도차
좌측부터 김성원, 송언석, 이헌승 의원. 연합뉴스핵심 쟁점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이 내놓은 이른바 '5대 쇄신안'에 대한 입장 차이다. 당내에서는 사안별로 계파간 정치적 이해관계와 입장이 크게 엇갈리는 상황인 만큼, 이를 어떻게 조율할지가 새 원내대표의 최대 과제로 떠올랐다.
세 후보 모두 공식적인 지지·반대 표명은 피하면서도, 핵심 사안들에 대한 뉘앙스는 다소 엇갈렸다.
TK 기반 범주류로 분류되는 송 의원은 지난 12일 출마선언 직후 백브리핑에서 "(김 위원장의 쇄신안의) 콘텐츠는 좋았지만, 순서가 거꾸로 되는 바람에 문제가 생겼다"고 밝혔다. 당 지도부가 선거 직후 먼저 사퇴했어야 쇄신안이 설득력이 있을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김 위원장이 제안한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서도 "지난 6개월여 간의 우리 국회의원들과 당원 동지, 국민이 한 노력은 어떻게 되는 건지. 그 부분을 한 번 더 고려해 봐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당 안팎에서 송 의원이 영남 주류라는 정치적 기반을 가진 만큼, 급격한 변화 요구가 쏟아지는 수도권과 달리 쇄신에 나설 유인이 적고, 구조적으로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송 의원이 되면 혁신은 물 건너간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며 "그냥 분위기나 추스르고 지나가지 않을까 생각된다"고 전망했다.
반면 김 의원은 수도권 3선 의원이라는 점에서 상대적으로 변화 요구에 민감한 위치다. 그는 '당내 민주주의 안착'을 가장 시급한 과제로 꼽았다. 김 의원은 정당 민주주의 오작동이 '민심과 당심의 괴리'를 일으켰다고 본다. 대선 때 권영세·권성동 지도 체제가 주도한 '단일화 파동'을 겨냥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다만 김 의원에게는 '친한(친한동훈)계'라는 딱지가 양날의 검이다. 당내에서는 "김용태 쇄신안보다 오히려 한동훈표 개혁안을 따로 꺼내들 유인이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친한계는 '쿠데타적 후보 강제 교체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동훈 전 대표에 대한 상당수 의원들의 반감이 여전한 상황에서, 김 의원이 당을 대표해 한동훈식 쇄신안을 추진할 경우 오히려 갈등이 증폭될 수 있다는 우려도 함께 제기된다.
이 의원은 중립적 이미지로 갈등 수습을 강조하고 있다. 그는 "인민재판식 반성은 갈등만 유발할 뿐"이라며 '중립적인 대선 평가 TF' 구성을 제안했다.
후발 주자인 이 의원은 "원내 및 원외 당협위원장들 간의 공식적 소통구조를 확립하고 다음 총선에 상향식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며 김 위원장의 쇄신안에 대해서 일부 수용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구체적인 준비나 계획은 불분명하다.
세 후보 모두 "빠른 전당대회가 필요하다"는 데는 공감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시기를 두고는 실무적 한계로 8월 말이 유력하다는 데 의견이 모인다.
내부 아닌 외부로 전선 돌릴 때?…"쇄신없이 도로 영남당"
윤창원 기자당내에선 '쇄신' 못지않게 '대여 전열 재정비'가 원내대표의 또 다른 과제로 꼽힌다.
윤상현 의원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정작 맞서야 할 상대는 밖에 있는데 안에서 서로를 향해 비난과 공세를 이어간다면 우리는 싸워보기도 전에 무너질 수밖에 없다"며 "국민의힘은 이제 전선을 안에서 밖으로 돌려야 한다"고 밝혔다.
그는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서도 "이걸로 내부적으로 다툴 때가 아니다"라며 대여 투쟁에 당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철수 의원은 "국민은 우리 당의 선택과 변화의 방향을 냉정하게 지켜보고 있다"며 "죽어야 산다는 각오로 뼈를 깎는 쇄신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선출되지 않은 권력은 명분이 없다"며 "원내대표가 7월부터 비대위원장을 대행하고, 8월 중에는 전당대회를 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수도권 민심 이반에 대한 위기감도 여전하다. 한 국민의힘의 관계자는 "우리는 수도권 정당이 아닌 영남 정당이 됐다"며 "수도권에서만 190만 표 뒤졌다. 대중정당으로서 효용가치가 없는 정당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도권 민심이 당 의사결정에 반영될 수 있도록 구조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쇄신은 진짜 이 정도까지 해야 하나 싶을 정도로 해야 하는데, 내년 지방선거에서 문재인 정부 초기 대구·경북 빼고 다 잃었을 때처럼 쪼그라들지 않을까"라고 우려했다.